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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기 중국문학사조의 흐름 속에서본 박선석 문학*―‘문 혁’서사를 중심으로

2017-03-07朴春兰西北政法大学

韩国语教学与研究 2017年4期
关键词:政法大学张贤亮锦华

| 朴春兰| 西北政法大学|

1.서론

1976년 ‘10 년 동란’으 로 불리는 ‘문화대혁명 (‘문 혁’으 로 약칭함 )’이 막을 내리고1978년 중국공산당 ‘제 11기 중앙위원회 제 3차 전체 회의(약 칭 3중 전회)’(1)에서 ‘4개 현대화’와‘개 혁개방 ’노 선을 공식 채택함으로써 1957년‘반우파투쟁 ’이후 약 20년 동안이나 진행되었던 계급투쟁과 이념 투쟁의 시대가 마침내막을 내리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각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문 혁’이 종결되고 중국지식인 사회와 중국문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문혁’이 었다.상흔(伤痕)문 학 , 반성(反思 )문학 등으로 이어지는 1980년 대 문학은 물론이고 ,1990년대문학에서도 ‘문 혁’은 중요한 테마였고 ,‘문 혁’시기 개인 체험 ,특히 지식인들의 체험을 소재로 한 책들은 지금도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문 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지식인 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자 민감한 지적,실천적 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지적 쟁점이 되고 있다.

‘문 혁’이 종결된 후 중국 조선족 문학도 시대 변화에 적극 부응하여 ‘문 혁 ’청산의 일환으로 나타난 중국 문단의 상흔소설 ,반성소설과 궤를 같이하면서 1979년 에 박천수의 『원혼이 된 나』가 상흔문학의 문을 열었다.특히1980년 대에 들어서면서 정세봉 ,박선석과 같은 조선족 신진 작가들은 ‘문 혁’이 빚어낸 육체적 ,정신적 상처와 억압되었던 울분과 분노를 소설의 형식으로 드러내면서 문단과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1980년에 발표한 정세봉의 『하고 싶던 말』은 이 시기 조선족 상흔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박선석의 『피와운명』,『시대가 낳은 불행아』를 비롯한 소설들도 발표되자마자 많은 호평을 받았다.

조선족 문학에서 상흔 ,반성 문학의 최고봉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하여 박선석이 장편대하소설 「쓴 웃음」,「재해」를 약 십 년동안 『장백산』에 연이어 연재하면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재해』와 『쓴 웃음』이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두 편의 소설은 맹목적인근대화와 계급투쟁을 중심으로 한 인위적인‘재해’에 의해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굴절된 시대에 대한 증언이다.

『쓴 웃음』은 ‘팔 방’이라는 조용하던 조선족농촌 마을이 중국의 정치적 풍파에 휘말려 돌아가는 전반 과정을 그려낸 도합 46개의 장으로 된 장편대하소설이다 .이 소설은 포커스를 문화대혁명에 맞추면서도 1940년대 말부터 1970년 대 말까지 ,즉 토지개혁으로부터개혁개방전야까지 이르는 근 30년간의 역사를 다루면서 그 속에서 수없이 흔들려온 조선족 농민들의 삶과 조선족 농촌사회의 변천을총체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쓴 웃음』은 장장 7년 반 동안 『장백산』에 연재(2)되면서 대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면서 각종 문학상을 여러 번 수상(3)했고 2000년 한국에서단행본(4)으로 ,2003년 중국에서 단행본(5)으로 출판되었다.

『쓴 웃음』의 후속작인 『재해』(6)는 조선족이많이 모여 살고 있는 려명촌을 배경으로 농업합작화 ,대약진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극좌정책에 의해 가난한 삶을 살아온 조선족농민들의 애환과 조선족 농촌사회의 변화상을훌륭하게 재현해 냈다 . 도합 13장으로 구성된이 소설은 편폭 상 『쓴 웃음』에 훨씬 미치지못하지만 문학적 가치는 절대 그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에 대한 반성에 있어서는더 철저하다고 할 수 있다.『재해』는 2년 동안 『장백산』에 연재(7)되면서 역시 문단과 대중들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2007년에단행본(8)으로 출판되었다.

이 소설들이 연재된 1990년 ~2000년대 중반은 중국 문단에서 상흔 ,반성 문학의 사조가 휩쓸고 지난 지 십여 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거대 담론이 해체되고 다양한 창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던 때였고 조선족 문단은 한국문학을 새로운 참조계로 접하면서 획일주의적인 창작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학 사조를받아들이고 논쟁과 실험 속에서 새롭게,화려하게 변모해 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박선석은중국 주류 문단의 창작경향 및 조선족 문단의변화와 흐름을 같이하지 않고 여전히 상흔,반성 문학 계열에 속하는 장편소설 『쓴 웃음』,『재해』를 통해 계급투쟁시대 조선족 농촌 사회의 굴곡적인 변천 과정과 조선족 농민들의 한 맺힌 삶을 재현해 냄으로써 지난 역사를 날카롭게 폭로하고 반성을 촉구했는데,이는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으면서 개혁개방 이래 조선족 사회에서 가장 폭 넓은 독자층을 형성했다.

본 논문은 중국 문학사조의 흐름 속에서 박선석의 장편대하소설―『쓴 웃음』, 『재해』를고찰하면서 중국 소수민족작가인 박선석의 문학이 지난 역사를 재현함에 있어서 ,중국 주류문단의 창작경향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1980년 대 상흔, 반성 문학과의거리

중국 주류문학에서 ‘문 혁’서 사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지면서 계속 변화하는양상을 보였다 .상흔문학은 ‘문 혁’에 대한 비판과 부정을 수행한 첫 성과였다 .상흔문학이란 글자 그대로 ‘문 혁 ’, 그리고 그 전조 ,혹은전사로서의 반우파투쟁시기에 자신들이 입은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를 다루면서 유무형의 상처를 드러내고 고발하는 문학으로,문학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때문에 그러한 상처를 낳은 암흑적인 현실에 대한 폭로와 고발이 주요한 문학적 경향을 이루었다 . 그러나 ‘문 혁’에 대한 문학적인 해부가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일정한 성취를 획득한것은 반성문학에 이르러서이다 .반성문학은상흔문학의 연장이자 , 심화 ,발전이라고 할수 있는데 ,상흔문학이 ‘문 혁’에 대한 단발적인 고발과 폭로를 주로 다루었던 것에 비해반성문학은 ‘문 혁’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반우파투쟁 등 일련의 중국 현대사의 문맥 속에서조명하였고 ,인간의 주체와 역사라는 보다 보편적 지평에서 ‘문 혁’의 비극을 천착해 들어갔다.(10)

상흔문학 ,반성문학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 ‘문혁 ’소 설은 대부분 ‘문혁 ’당 시 ‘지식청년(知靑 )’신분으로 자신들이 겪은 재난을 서술하고 ‘문 혁 ’시기를 비판하는 것이 그 주요특징이다 .때문에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지식인이거나 간부로서 작자 -화 자 -주인공이밀접하게 거의 한 인물처럼 겹쳐 있다.이는이들 소설들이 대부분 작가의 ‘문 혁 ’체험이강하게 반영된 자전적 형식을 지니고 있다는점 , 대부분 ‘문 혁’에 대한 개인 체험 ,개인 기억을 다루고 있다는 점 등과 밀접한 연관을지니고 있다 .또는 자전적 소설은 아니지만작품에 등장하는 이른바 긍정적인 인물들에는자신의 그림자가 들어 있다.

박선석의 『쓴 웃음』,『재해』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농민들이었고 작가의 체험이 많이반영되었지만 자전적인 형식은 아니다.때문에 비록 소설 속에 박선석의 개인체험,개인기억이 많이 반영되어 있고 작품에 등장하는긍정적인 인물에 자신의 그림자도 비춰져 있었지만 박선석의 소설들은 한 공동체 즉 조선족농민들의 집단체험과 집단기억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꼭 전기소설 방식이 아니더라도 상흔,반성문학에서 주인공들이 ‘문 혁’에 대한 기억의 텍스트들은 매우 표준화된 서사 양식을 지니고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문 혁 ’시기‘수난자 /박해자’라는 선명한 이원대립의 구도이다 .이 구도 속에서 수난자들은 대부분 억울하게 수난을 당한 사람들이고 이에 비해 이들을 우파로 몰았거나 박해를 가했던 인물들은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의 직위를 동원하고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 ,관료주의의 화신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중국지식인들은 ‘문 혁’ 시기에 노동개조를당하고 ‘아홉 번째 더러운 부류(臭老九)’로 몰리며 갖은 굴욕을 겪었던 고난의 세월을 보상받고 ,역사 속의 중심적 위치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작품 속 ‘문 혁’에 대한 기억은 개인기억이되 ,중국지식인들의 집단적 기억이라는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하여당시 작가들은 개인이라기보다는 지식인 집단의 이름으로 창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작품속 주인공의 수난은 더 이상 개인의 수난이아니라 지식인 집단 수난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이들 소설이 광범위하게 유통된 데에는지식인들 , 특히 ‘문 혁 ’시기 고초를 당한 뒤다시 도시로 , 직장으로 ,문학으로 돌아온 이른바 ‘돌아온 지식인들’이 주요 독자층을 이룬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하겠다.

『쓴 웃음』,『재해』는 ‘수난자 /박해자’라는이원대립의 구도를 따르고 있고 소설 속에서억울하게 수난을 당한 사람들은 대다수의 농민들이다 .이들의 수난은 한 시기 한 공동체,나아가 역사의 수난이며 역시 도덕의 수난이되기도 한다 .농민들에게 박해를 가했던 인물들은 기계적으로 상급의 지시를 집행하면서계급투쟁에 눈이 멀어 인성을 상실한 관료들이거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치투쟁에편승한 기회주의자들로서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악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농민독자들이 『쓴 웃음』,『재해』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박선석의 소설이 조선족농민들의 집단적 기억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보여 준다.

상흔문학 ,반성문학은 또 대부분 ‘과 거 /현재’라는 대립 구도를 바탕으로 ‘문 혁 ’시기의악몽이 기억된다 . 즉 ‘돌 아옴( 회귀 )’이라는 모티프가 거의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박선석의 『쓴 웃음』,『재해』도 마찬가지이다.하여 새시기에 들어서면서 , 조국 , 당 ,마르크스주의가 한 시기의 일탈에서 벗어나 제 궤도,제 자리에 돌아왔다는 서사 구도를 보인다.이는 상흔 ,반성문학이 ‘문 혁 ’비판을 기초로당시 사회주의 현대화 이데올로기를 훌륭하게대변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상흔문학 ,반성문학은 또 ‘문화대혁명’으로상징되는 “계급투쟁시기 사회주의를 봉건적인것”으로 규정하고 현대화를 추구했다 .‘중 국,전통 ,어둠 /서구 , 현대 , 빛’이라는 이분법으로 서구 자본주의 근대성을 유일하고도 절대적 보편성을 지닌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의 실현 ,이식에 골몰하였고 ,현대화가 1980년대중국지식인들의 주요 목표가 되었다.상흔,반성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대후영(戴厚英)의 『사람아,사람아』와 장현량(张贤亮)의 『남자의 반은 여자』는 작품상 서로 다른 서사적 장치와 모티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모두 지식인이며자신들이야말로 참다운 마르크스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문 혁 ’시기의 사회주의를 가짜사회주의 ,봉건적 사회주의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회주의를 진정한 사회주의로설정하고 있다 .또한 강렬한 조국애를 바탕으로 중국의 현대화를 이루겠다는 숭고한 이상주의를 지니고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이러한 특징은 이 두 작품에서만 그런 것이아니라, 상흔문학이든 반성문학이든 지식인 주인공들의 수난사에 초점을 맞춘 것은 1980년대 ‘문 혁 ’소 설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이었다.

박선석의 『쓴 웃음』,『재해』는 주인공이 지식인이 아닌 사회의 최하층인 가난한 농민들과 또 그들을 위해 그리고 중국혁명을 위해한평생 몸을 바친 노당원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불우한 처지를 통하여 계급투쟁시기를 봉건적인 것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고현대화를 추구한 것만은 분명하다.

총적으로 중국의 상흔 ,반성문학의 중심에있었던 대표적인 작가들과 박선석은 모두 ‘문혁’이 종결된 후 ‘문 혁’의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하나의 집단적 아이덴티티를창출해 냈다 .중국문단의 상흔 ,반성 문학을이끌어가던 작가들은 주로 지식인들의 수난위주로 구성된 기억을 다루면서 ‘문 혁 ’종결이후 중국지식인들이 ‘문 혁’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인들 내부의 집단적 아이덴티티를 창출하여 이를 통해 지식인 집단을 구성해내는 역할을 했다면박선석의 『쓴 웃음』,『재해』는 조선족농민의수난을 위주로 구성된 기억을 다루면서 조선족농민들이 해방 후부터 ‘문 혁’까지 이르는 굴곡적인 역사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내고 조선족사회의 집단적 목소리를 창출했다고할 수 있다 .이들의 이러한 기억행위는 개혁개방 시기라는 현재성과 만나 재구성되었다고할 수 있는데 그 현재성은 모두 ‘자 기연민’과‘보상 심리’에 서 출발한다고 본다 .이러한 ‘자기연민’은 영웅적 인물의 창조를 통한 자기동일시로 나타나기도 하고 ,‘보 상 심리’는 극좌노선에 의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한다 .중앙의 주류 상흔 ,반성 문학이 반우파투쟁 ,‘문 혁 ’시기에 손상된 지식인들의 체면을 세워주고 거의 붕괴 지경에 이르렀던 지식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심리적 보상감을 가져다주었다는 측면에서 일종 지식인들의 나르시즘의 성격을 지닌다면 ,박선석의 소설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살아온 농민들을 위한 위로였다 .때문에 중앙의 상흔 ,반성 문학의 서사가 당시의 주요 독자였던 ‘지 청’세대들의 기대지평을 만족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졌고,박선석의 서사는 그의 주요독자였던 농민대중을만족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하지만 모두 재난의 체험을 이야기함에 있어 도덕적 ,비도덕적 인물에 대한 기계적 묘사 ,숭고한 인물의 수난과 광명회복 ,해피엔딩식의결말 등과 같은 형식구도로 기본적으로 민간의 통속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또 이들은 모두 계급투쟁 시기의 사회주의를 봉건적인 것 ,원래의 사회주의에서 일탈한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당시 추진되던 개혁개방 정책의 이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대 중국에서 대표적인 ‘신 좌파’지식인으로 꼽히는 최지원(崔之元)은 1980년대문학에서 대표적으로 보이는 지식인들의 수난사로서의 ‘문 혁 ’해 석이 “쉽게 폭넓은 정서적공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문 혁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사람들이 겪은 수난의 차이와 그 다른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할 길이 없다”면 서 ,“‘문 혁 ’동안에 겪은 수난의 체험을 넘어서서 문혁이 중국 현대사와 중국의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냉정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고 ,“반드시 상흔문학의 시야를 넘어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한다.(10)이예(李锐)도 ‘지청’방 식의 ‘문혁 ’해 석은 ‘문혁’을 극좌노선 (혹은 가짜사회주의)의 산물로 본다거나 당내 노선투쟁의 산물로 보는 것이 주요 특징인데 그러한 ‘언어적 현실’로 ‘역사적현실’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11)그의이러한 주장은 ‘지청’방 식의 ‘문혁 ’해 석이 ‘문혁’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제대로 포착해내지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며 ,지식인의 시각을 넘어선 ‘문 혁 ’해 석의 요청이다 .그런 점에서 박선석의 소설은 주류 상흔문학이나 반성문학의특징을 보이면서도 그들이 재현해낸 지식인들의 수난사 방식과는 달리 사회 최하층인 농민들의 수난사 ,그것도 소수민족농민들의 수난사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3.여화의 선봉(先锋) 문학과의차이

1980 년대 ‘문혁’소 설에서 보이는 ‘지청’방식의 ‘문 혁 ’해 석과 획일적인 서사방식은1985년부터 중국 문단에 출현한 이른바 ‘선봉소설’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여화(余华),마원(马塬),잔설(残雪 )등에 의해 주도된 선봉소설속의 ‘문혁’은 ‘지청’작 가들에 의해 씌여진 ‘문혁 ’소설들과는 몇 가지 다른 양상을 보인다.우선 형식적인 차원에서는 시간적 서술의 방식을 거부함으로써 사건의 인과관계를 흔들어놓는다든지 ,주인공이 고난에서 벗어날 때 상급이나 가족 등의 힘보다 타인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든지 하는 차이를 보인다.하지만가장 중요한 차이는 두 가지 점에서 찾을 수있다 . 우선 ,선명한 반대파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박해자들은 이름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다수의 반대파들이 박해의가담자들이다 . 또한 ‘지청’작 가들의 ‘문혁 ’소설처럼 나쁜 사람이 물러나고 ‘진정한 사회주의자 ’같은 좋은 사람이 마침내 좋게 된다는식의 해피엔딩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서사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문 혁’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지 청’작가들과 다른 시선을 투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요컨대 지식인의 수난사를 중심으로 ‘문 혁’을 해석하던 종래의 방식에서 ‘문 혁’시기 대중 수난사 방식으로전환되어 가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선봉소설 속의 ‘문혁 ’묘 사는 ‘문혁’에 대한 이해방식과 해석방식이 다양화되는 전조라고 할수 있고 그것은 1990년대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다.

예를 들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하나인 여화는 『산다는 것은(活着)』과 『허삼관 매혈기(许叁观卖血记)』등에서 평범한 사람들 ,특히 하층 농민들의 인생에 있어서 ‘문혁’이란 무엇인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산다는 것은』은 허삼관(许叁观)(12)과 복귀(福贵)(13)가 걸어간 ‘문혁’전후의 고단한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다.곡절 많은 인생길에 위기가 도사릴 때마다 허삼관은 피를 팔아 고비를 넘겼고 복귀는 전란,‘문 혁’의 기나긴 역사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가족을 잃고 혈혈단신으로 외로이 살아간다.여화는 이렇게 대다수 평범한 농민들의 삶에 있어서 ‘문 혁’이란 정치적 재난이나 동란보다는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운명적으로 ,또는 우연하게 직면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그려놓고 있다 .그런 만큼 덜 정치적이되 훨씬 더 철학적이고 ,‘문 혁’을 좀 더근원적인 삶의 논리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이러한 작업은 ‘문 혁’을 훨씬 더 폭넓은 지평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는셈이다.

박선석은 『쓴 웃음』에서 비록 여화와 마찬가지로 ‘문 혁’시기 농민의 삶을 조명하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채 흔들리고 변화하는 자신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걸어온허삼관과 복귀의 인생사와는 달리 ,등장하는조선족농민들이 겪는 삶의 행로는 평탄하지않다 .여화의 소설에 등장하는 허삼관이나 복귀는 ‘문 혁’의 영향력 밖에서 상부의 지시가내려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데로부터 정치적 풍파의 위력을 실감하지만 ‘문 혁’과 같은 역사적 동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담담히 인생의 여정을 향해걸어갈 뿐이다.그러나 『쓴 웃음』,『재해』에등장하는 집단주인공인 조선족농민들은 상부의 지시와 정치운동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맹목적으로 이에 추종하는 부류는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정치운동에 휘말리어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불이익을당할 때마다 해방 후 중국에 남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즉 여화는 소설에서 중국 농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재현하면서,‘문 혁’을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삶의 형식으로보여 주고 있다면 ,박선석은 『쓴 웃음』,『재해』에서 집단주인공인 조선족농민들의 삶을재현하면서 이 시기 그들의 삶 자체가 매우정치적인 것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4.결론

본 논문은 지난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반성을 담은 박선석의 장편대하소설 『쓴웃음』과 『재해』를 중국 문학사조의 흐름 속에서 고찰하면서 중국 소수민족작가인 박선석의 문학은 ‘문 혁’에 대한 재현에 있어서 중국주류문단의 창작경향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중국문학의 주류 상흔 ,반성문학과 박선석의 소설은 모두 ‘문혁’이 종결된 후 ‘문혁’의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하나의 집단적 아이덴티티를 창출해 냈다 . 상흔 ,반성문학은 주로 지식인들의 수난 위주로 구성된기억을 다루면서 ‘문 혁 ’종결 이후 중국지식인들의 ‘문 혁’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식인들 내부의 집단적 아이덴티티를 창출하여 지식인들의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지식인 집단을 구성해내는 역할을 했다면 박선석의 『쓴 웃음』,『재해』는 조선족농민의 수난을 위주로 구성된기억을 다루면서 조선족농민들이 해방 후부터‘문 혁’까지 이르는 굴곡적인 역사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내어 조선족사회의 집단적목소리를 창출해냈다고 할 수 있다.

또 선봉문학의 대표작가인 여화는 소설에서중국 농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에 대한재현을 통하여 ‘문 혁’을 정치적인 의미가 아니라 삶의 형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면 ,박선석은『쓴 웃음』,『재해』에서 집단주인공인 조선족농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삶 자체가 이 시기에는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주석

* 이 논문은 2014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해 해외한국학중핵대학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AKS-2014-OLU-2250004).

(1)1978.12.18.-12.22.

(2) 1995년 제4호 -2002년 제6호 .

(3)‘제 8기 전국 소수 민족 문학창작 준마상’,‘제 7기 연변작가협회 영예상’ , ‘제8 기 길림성 장백산 문예상’ ,‘모 드모아 문학상’ 등을수상하였다

(4)박선석, 『쓴 웃음 (1)』, 자유로,2000.

(5)박선석, 『쓴 웃음 』 상·중·하 , 심양 :요녕민족출판사,2003.

(6)『장백산』 1988년 1월호에 발표하였던 중편소설 「재해」를 동명의 장편소설로 확장하였다.

(7)『장백산』, 2004 년 6 호~ 2006년 6호 .이 소설로 박선석은 ‘모드모아 문학상 ’, ‘제 2 회 김학철 문학상’ , ‘제8 기 연변작가협회 문학상’을 수상.

(8)박선석,『재해』 , 할빈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2007.

(9)이욱연,「문학으로 가는 먼 길」,『황해문화』,1999:60.

(10)崔之元,「毛 泽东‘ 文 革’ 理 论的得失与‘ 现 代性’重建」,『中国与世界』,1997.

(11)李锐,「关于知青话题的质疑」,2006.

(12)허삼관은 피를 팔아 동네에 예쁘기로 소문난 ‘꽈배기 서시 ’허옥란과 결혼하는가 하면, 아들 일락이가 방씨네 아들을 돌로 찍어 큰 부상을 입히자 치료비를 마련하기위하여 피를 팔고 ,임분방과 관계를 가지는 바람에 그녀를 위해 피를 팔고,‘문혁’전후 허기에 시달리게 되자 피를 팔고,농촌의 생산대로 내려간 일락이가 몸이 쇠약해지자 피를 팔고, 둘째 아들 이락의 부대생산대장이 방문하자 피를 팔아 그를 대접하고 ,일락이가 간염에 걸리자 아내와 아들은 상해로 먼저 보내고 자신은 상해로가는 길 내내 피를 팔아 여비를 마련한다.어느덧 예순이 되어 이젠 자신을 위해 피를 팔려고 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13)복귀는 ‘문 혁’이라는 격동의 세월 속에 아들 , 아내, 딸 , 사위, 손자를 모조리 잃고결국 ‘복 귀’라는 소를 친구 삼아 밭을 갈며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참고문헌

[1]박선석,『쓴 웃음』 상·중·하 , 심양 :료녕민족출판사,2003.

[2]박선석,『재해』 , 할빈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2007.

[3]陈思和,『中国当代文学史教程』,上海:复旦大学出版社,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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